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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영

[기고문] 부동산세 인상에 반대하는 이유

by 낯선여행 2010. 9. 29.

부동산세 인상에 반대하는 이유 / 2010.09.29 


손재영 건국대부동산학과교수 

1960년대 중반 이래 정부는 부동산 가격급등이 부동산에 대한 무차별적 투자, 즉 투기에 기인한다는 진단을 내리고, 투기를 억제하여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목표아래 정책을 운용하였다. 특히 부동산 관련 조세의 발전에 이런 색채가 강한데, 투기억제를 위한 최초의 구체적인 시도가 1967년의 부동산투기억제세였다. 이 세금은 서울, 부산 등의 대도시지역에서 일정 기준 이상의 토지를 소유한 자가 토지를 양도한 경우 양도차익의 50%를 부과하였다. 특이한 것은 쓰지 않고 비워둔 공지에 대해서는 2년마다 평가하여 미실현상태의 자본이득에 대해서도 과세하고자 하였다. 부동산투기억제세는 단기간 밖에 운용되지 않았으나 이후 양도소득세로 발전되었고, 일정한 기준 하에 투기 의심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실수요자는 보호하는 과세 방식이 이후의 부동산 조세들에서도 그대로 채택되었다.

 

부동산 가격급등에 따라 여론이 들끓을 때마다 정부는 지금, 당장 무슨 조치든지 취하지 않을 수 없었고, 세금으로 투기를 억제하는 것이 손쉬운 방향이었다. 그렇기는 해도, 세금이 국민의 재산권과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므로 역대 정부는 부동산세 부담을 과격하게 변화시키지 않았지만, 참여정부는 부동산세 부담을 크게 올리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는 등 부동산 보유세를 대폭 강화하여 고가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1% 정도의 실효세 부담을 하도록 밀고 나갔고, 다주택 보유를 전형적 투기행위로 보고 특별히 중과세하는 방향으로 양도소득세를 강화하였다. 여기에 과표현실화가 병행 추진되어 세부담은 더욱 커졌다.

 

상당 부분은 학계에서 논의되던 정책제안과 일치되는 듯 보이지만, 가장 과격한 대안들을 보완조치 없이 도입하여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예를 들어, 학계에서는 전체 세수를 크게 늘리지 않는 전제 아래 보유과세를 올리고 거래세를 그만큼 낮출 것을 제안하였던데 비해, 참여정부는 보유과세의 세율, 과표, 누진구조를 모두 높이고 거래세는 조금만 낮추어 세부담을 확 늘렸다. 게다가 정부가 도입한 세제들은 일부 시민단체들의 요구에 따라 더욱 강경한 형태로 수정되기도 하였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 부동산 세금이 워낙 낮으니 좀 올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의 부동산세 부담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표>의 OECD 30개국 비교표를 보면 한국이 영국과 더불어 가장 세부담 수준이 높다. OECD 평균 총조세수입 대비 부동산세의 비중이 4.6%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비중은 11.7%로 평균의 2.5배가 넘는다.

 

어떤 사람들은 총조세수입 대신 GDP를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이기 때문에 GDP 대비 부동산 세수의 비율은 5등 전후로 떨어지지만, 국제적으로 부동산 세금이 많다는 결론에는 변함이 없다. 또 다른 사람들은 부동산 가액 총액 대비 비율을 비교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보유과세만 보면 모를까 거래세까지 포함하여 비교할 때 부동산 가액이 좋은 기준은 아니다.

 

모든 국제비교가 그렇듯이 <표>에 나온 통계에는 나라마다 특이사항이 있고 이를 완벽하게 통제하기는 힘들다. 예를 들어 거래세 세수에는 증권거래세가 포함되어 있어 과대평가의 요소가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도 유사한 문제가 있고, 이 통계에는 부동산 양도소득세 세수가 포함되지 않아서 과소평가 요인도 있다. 이런 요인들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부동산 세금을 가장 많이 거두는 나라 중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강남아파트 세금이 소형자동차 세금보다 작으니 세금을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보아야 하나? <표>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보유세 비중은 비교적 낮고 거래세의 비중이 세계 1위이다. 보유세가 낮다고 해도 30개국 중 9번째 정도로 상위권의 세금부담을 하고 있다. 미국을 기준으로 해서 보유세 부담이 시가의 1%정도가 되도록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보유세 부담을 지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동산에 한이 맺히지 않았다면 거래세도 1등, 보유세도 1등 해야 한다는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힘들다.

 

<표> OECD 주요국의 총세수 대비 부동산세의 비중


 

부동산세 비중이 전체 조세대비 또는 GDP 대비 몇 %가 되어야 한다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한 언론인의 컬럼을 인용하면, “미국에서 1년 이상 보유한 부동산을 팔 때 내는 양도소득세의 세율은 최고 15%이다. 2주택이건 3주택이건 마찬가지다. 뉴질랜드는 부동산 양도세가 아예 없다. 영국은 주택의 보유세(재산세)를 집주인이 아니라 세입자가 낸다. 호주와 캐나다는 증여세가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주택을 구입할 때 세금(취득, 등록세)을 내지 않는다.”(김민구, 주간조선, 2006. 5. 6)

 

나라마다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온 사회적 합의에 따라 정부와 민간이 역할을 나누고 정부의 재원충당을 위해 세목간 비중 조정을 한 결과가 오늘날 조세부담 구조일 것이다. 세수측면의 필요성이나 기타 정책적 목적에 따라 부동산 세금을 올려야 할 수도 있을 수 있고, 내려야 할 이유들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다른 나라보다 우리 부동산세 부담이 낮다는 잘못된 근거에서 세금을 올리자는 주장은 더이상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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